글쓴이 : 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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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쟁의는 항고소송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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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룡 변호사(서울)

1. 序

헌법재판소가 2009년 10월29일에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 관하여 한 결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말이 많다. 그런데 그 말들은 결정내용에 대한 찬반이 아니고 그 결정형식에 관한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이 심판청구인인 국회의원의 법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법안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청구는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처분의 권한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침해로 인하여 야기된 위헌·위법상태의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했다.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의 처분으로 야기된 위헌상태의 시정을 헌법재판소가 하지 아니하고 국회의장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하다면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는 국회 내에서 해결할 문제이고 헌법재판소에서는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

2.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청구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하는 근거는 헌법재판소법에 있다.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당해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했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국회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결론을 내지 않은 결과가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 관하여 1995년에 국회의원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1995. 2. 23. 90헌라1 전원재판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헌법재판소법에 限定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헌법재판소법 제62조) 국회의원은 이에 해당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그런데 2년 후인 1997년에 헌법재판소는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도 할 수 있다는 결정을 했다(1997. 7. 16. 96헌라2 전원재판부). 헌법재판소법에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에 관한 규정은 例示的인 규정이라고 하면서 국가기관이면 모두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며 국회의원도 국가기관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필자는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에 관한 규정을 例示的인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없는 논리적 근거를 설명하고 권한쟁의심판의 본질에 비추어 보거나 헌법재판소법의 규정으로 보거나 국회의원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낳는다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법률신문 2009. 5.4. 연구논단 ‘인권위의 대통령과의 권한쟁의’). 따라서 이 글에서는 그 논리에 관해서 다시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3. 국회의원의 지위

국회의원은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본다. 국회의원은 합의체 국가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일 뿐이다. 국가기관 중의 하나인 입법기관은 국회이고 국회의원은 그 입법기관의 구성원일 뿐 국회의원이 입법기관인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법안을 심의하고 표결하는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은 국가기관으로서의 권한이 아니고 합의체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한이다. 즉 特別權力關係에서의 권한일 뿐이고 그것은 機關訴訟인 권한쟁의심판에서 그 存否를 다투는 대상인 국가기관의 권한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법안 심의·표결권에 관한 국회 내에서의 침해여부 문제는 국회내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집안싸움은 그 집안에서 해결해야지 이웃집과의 분쟁이 아닌데 재판소에 가서 해결해달라고 할 문제는 아닌 것과 같다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국회 내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본다.

4. 기관소송과 항고소송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에 권한의 存否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 이를 판단하기 위한 경계확인소송과도 같은 이른바 機關訴訟인데 이번의 경우 국회의장의 위법한 처분으로 인하여 국회의원의 법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며 그 위법을 이유로 국회의장의 처분인 법안가결선포행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과연 기관소송인 권한쟁의심판사건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행정소송에서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으로 인하여 권익을 침해당한 자가 그 위법을 이유로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거나 그 효력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抗告訴訟이라고 한다. 그러하다면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이 항고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그대로 받아 심판한 결과가 된 것 같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의 처분이 청구인인 국회의원의 법안심의·표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하면서도 그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기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위법하나 적법하다는 식으로 전후가 모순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고 법리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항고소송인 행정소송에서는 事情判決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즉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그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헌법재판소는 이번의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서 사정판결과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내용에 관한 헌법재판소법의 규정을 보면 제66조에서 제1항은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의 권한의 存否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이 경우에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권한쟁의심판에서 위 제2항의 판단은 제1항의 판단을 하는 경우에 할 수 있는 부수적인 판단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는 위 제1항에 해당하는 판단은 없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제1항에 해당하는 판단인 것으로 본 것 같으나 그것은 권한의 存否를 판단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권한의 存否’와 ‘권한의 침해여부’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권한침해행위가 있는 때에 限하여 권한의 存否에 관한 판단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 권한쟁의심판청구이다. 권한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 그리고 위법한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단은 모두 제2항에 해당하는 부수적인 판단인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의 경우 청구인의 청구자체가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지만 이번의 소송은 권한쟁의심판사건이 아니고 항고소송사건을 심판한 결과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의 헌법재판소는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의 규정으로 볼 때 행정법원에서 하는 소송과 동일한 항고소송도 하는 기관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5. 맺는말

영국의 의회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결의안 이외에는 어떠한 의안이라고도 처리하지 못하는 일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문제는 충분한 토의를 거쳐 원내에서 원만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 다른 국가기관 간에 권한쟁의는 있을 수 있어도 국회 내에서의 분쟁을 기관소송인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에 항고소송을 제기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이번의 권한쟁의심판사건에서 일부 판단을 유보하고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하게 된 연유를 생각할 때 기관소송과 항고소송은 이를 가려야하고 헌법재판소의 90헌라1호 판례를 변경한 96헌라2호 판례는 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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